야곱은 창세기 25장에서 처음으로 등장한다. “후에 나온 아우는… 그 이름을 야곱이라 하였으며…”(25:26). 그리고 창세기 끄트머리에 야곱의 죽음과 장례가 기록된다. “야곱 이… 숨을 거두니 그의 백성에게로 돌아갔더라”(49:33). “요셉이 아버지를 장사한 후에 자기 형제와 호상꾼과 함께 애굽으로 돌아왔더라”(50:14). 이렇게 보면, 야곱의 이름이 언급조차 되지 않는 장들도 있지만 대체로 창세기의 절반은 야곱과 깊은 관련이 있다. 결국 야곱이라는 인물을 생각하지 않고는 창세기 묵상의 강을 건널 수 없다는 뜻이다.
야곱의 인생 전반기는 그야말로 요란하기 그지없다. 그는 태중에서부터 요란했다. “그 아들들이 그의 태 속에서 서로 싸우는지라 그가 이르되 이럴 경우에는 내가 어찌할꼬 하고 가서 여호와께 묻자온대”(25:22). 기도의 응답으로 얻은 임신(25:21)의 복이 리브가에게 고통스러운 기도의 제목이 된 것이다. 야 곱은 출산할 때에도 형 에서의 발꿈치를 잡는 요란을 떤다(25:26). 그의 나이 몇 살 때인지 모르지만 야곱은 ‘떡과 팥죽’으로 형이 가진 장자의 명분을 취하려 하는 사건을 일으킨다. “야곱이 이르되 형의 장자의 명분을 오늘 내게 팔라… 야곱이 떡과 팥죽을 에서에게 주매 에서가 먹으며…”(25:31~34). 그리고 마침내 야곱은 어머니와 속임 을 모의해 형에게 갈 아버지의 축복을 가로챈다. “이삭이 이르되 네 아우가 와서 속여 네 복을 빼앗았도다”(27:35). 이후 야곱은 적어도 20년을 형 에서의 분노를 피해 불안한 도망자의 신분으로 부모와 고향을 떠나 살아야 했다(27:43~45).
배신과 두려움이 반복된 인생 중반기
외삼촌 집에서 보낸 시간들은 야곱에게 배신의 아픔을 겪게 했고, 그를 또다시 도망자로 전락하게 했다. “내가 외삼촌의 집에 있는 이 이십 년 동안… 외삼촌께서 내 품삯을 열 번이나 바꾸셨으며… 나를 빈손으로 돌려보내셨으리이다마는…”(31:41~42). “야곱은 그 거취 를… 말하지 아니하고 가만히 떠났더라 그가 그의 모든 소유를 이끌고 강을 건너 길르앗 산을 향하여 도망한 지”(31:20~21).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야곱은 죽음까지 생각해야 할 두려움과 알 수 없는 미래로 인한 답답함을 온몸으로 직면해야 했다. “야곱 이 심히 두렵고 답답하여… 나를 건져내시옵소서 내가 그를 두려워함은 그가 와서 나와 내 처자들을 칠까 겁이 나기 때문이니이다” (32:7~11). 심지어 그는 딸이 강간당하는 천추의 아픔과 함께 자신만이 아니라, 아들들의 보복 살인으로 집안이 몰살당할 상황까지 맞 닥뜨려야 했다. “그들이 모여 나를 치고 나를 죽이리니 그러면 나와 내 집이 멸망하리라”(34:30).
험악한 세월로 하나님을 배운 인생 후반기
아버지 이삭을 장사 지낸(35:29) 이후 야곱의 인생 후반기는 더 힘들었다. 그는 후에 그 시간들을 이렇게 요약한다. “내 나이가 얼마 못 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연조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하고”(47:9). 우선 그는 아들들의 위로가 통하지 않 는 슬픔을 맛봤다. “그의 모든 자녀가 위로하되 그가 그 위로를 받지 아니하여 이르되 내가 슬퍼하며 스올로 내려가 아들에게로 가리 라…”(37:35, 참조 42:38, 43:6). 결국 야곱은 자기 포기를 선언하게 된다. “내가 자식을 잃게 되면 잃으리로다”(43:14). 그리고 이 지점에 이르러서야 그는 하나님의 섭 리와 은혜를 깨닫는다. 바로 여기, 곧 그런 하나님을 배우는 곳에 이르러 그의 험악한 세월은 영광스러운 흔적이 된다. “이스라엘이 요 셉에게 이르되 네가 지금까지 살아 있고 내가 네 얼굴을 보았으니 지금 죽어도 족하도다”(46:30). 그곳에서 야곱은 이스라엘 민족의 열두 지파를 축복하고, 그 민족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나 참 구원을 여는 메시아에 대해서도 예언 한다. 움켜쥐려 몸부림쳤던 야곱의 손이 미래와 이웃을 향해 축복의 손으로 펴진다. 이렇게 하나님의 거대한 구원사에 동참하는 인물 이 되기 위해 야곱은 일찍부터 요란한 인생, 험악한 세월을 보냈나 보다. 죽을 만큼 괴로운 고통, 하지만 그것은 결국 영광으로 통하는 길이었다.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르지 않겠다”(35:10)라고 하셨던 벧엘의 하나님께서 승리하신 것이다. 하나님의 사람으로 변하는 것, 그렇게 사는 것이 스올에 내려가는 듯한 고통일지라도 이제 그 길 을 가리라. 이 깊은 진리를 창세기 묵상의 강에서 야곱을 통해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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