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최초라는 이름의 기록들
한국 영화 천만 관객 신화가 이어지는 극장가, 영화에 울고 영화에 웃고 익숙한 영화음악과 함께 향수에 젖고, 캐릭터 상품을 모으고 영화…… 이 시대를 향유하는데 놓칠 수 없는 그 역사의 단편!
1895년 12월 28일, 프랑스 파리의 그랑카페 지하, 인디안 살롱에서 움직이는 사진들이 등장한다. 4년 전 에디슨이 발명한 키네토스코프(kinetoscope)는 동전을 넣고 작은 구멍을 통해 한 사람만 볼 수 있었지만, 이를 더 발전시킨 뤼미에르 형제는 시네마토크래피(촬영기+영사기)를 가지고 처음으로 ‘대중’앞에서 영화를 상영했다. <열차의 도착/L’Arrive d’un train gare de La Ciotat>이라는 이 흑백 무성 영화는 어떤 스토리 없이 씨오타 역에 거대 화물 열차가 도착하는 모습만 50초 동안 보여준다. 하지만 스크린 앞에 마주한 관객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는데, 실제로 열차가 충돌해오는 줄 알고 깜ᄍᆞᆨ 놀라 밖으로 도망치기까지 했다고!
자, 다음 영화사에 ‘최초’라는 이름으로 자리매김한 몇 가지 기록들이다.
- 최초의 SF영화: 프랑스의 조르주 멜리에스(George Melies)의 <달세계 여행(A Trip to the Moon>1902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를 각색해서 만든 16분짜리 무성 영화. 달의 눈에 로켓이 착륙하는 장면은 최초로 스톱 모션 기법이 사용된 영상. 달나라를 여행하고픈 인간의 꿈을 환상과 유머로 버무려내며 영화가 상상과 꿈을 담아낼 수 있음을 보여준 수작으로, 페이드인/페이드아웃, 오버렙, 디졸브등의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특수 효과들이 사용되었다.
- 최초의 서부 영화: 에드윈 S. 포터가 1903년에 만든 대열차 강도(The Great Train Robbery). 기록이 아닌 이야기적 서사구조를 도입한 첫 영화로 상영시간은 12분이다. 마지막에 강도 한 명을 클로즈업하며 관객을 향해 총을 쏘는 장면은 영화사에 손꼽히는 명장면.
- 최초의 컬러 영화: 1915년 삼색 테크니컬러 기술이 소개되면서 컬러영화시대가 도래했으니,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꽃과 나무(Flowers and Trees, 1932)를 시초로 장편 컬러 영화인 루벤 마물리언(Rouben Mamoulian)감독의 베키 샤프(Becky Sharp, 1935)가 탄생했다.
- 최초의 OST: 프랑스 영화 필름사 다르(Film d’Art)의 창립 기념 작품 ‘기즈공의 암살(L’assassination du Duc de Guise)’(1887) 기존의 클래식 음악을 사용, 특정한 반주악보를 필름과 함께 영화관에 배급하는 것이 상례였으나, 발성 영화가 시작되며 독자적인 영화음악이 태어났으니 그 최초 테이프를 끊은 이는 다름 아닌 거장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Saens)였다.
- 세계 최초의 키스신: 1896년 제작된 윌리엄 헤이즈(William Heise)감독의 47초짜리 단편 The Kiss. 뮤지컬 ‘미망인 존스’에 출여한 두 배우가 1막의 키스 장면을 영화로 재현했다.
- 최초의 애니메이션: 흥미롭게도 애니메이션은 영화보다 그 역사가 오래다. 1877년 찰스 에밀 레이노가 띠 모양 장치에 연속적인 그림을 그린 후 프락시노스코프라는 기계를 사용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 애니메이션의 시초. 1906년 제임스 스튜어드 블랙톤(James Stuart Blackton)이 만든 유쾌한 얼굴(Humorous Phases of Funny Faces)은 칠판에 분필로 얼굴을 그려 한 프레임씩 촬영한 3분짜리 작품으로, 필름으로 제작된 최초 애니메이션으로 간주한다. 스토리가 있는 최초의 애니메이션은 1908년, 프랑스 감독 에밀 콜(Emile Chol 본명 에밀 쿠르테)이 제작한 ‘팡타즈마고리’(Fantasmagorie/환영). 칠판에 하얀 선을 사용한 1분 20초의 이 작품을 위해 700개의 드로잉이 사용되었다. 이후 윈저 맥케이(Winsor McCay)감독의 리틀 니모(Little Nemo, 1911년, 11분 35초)나 공룡 거티(Gertie the Dinosaur, 1914년, 12분)처럼 스토리에 캐릭터ᄁᆞ지 겸한 애니메이션이 태어났다.
- 영화 역사상 최초의 대사: 1927년 미국 뉴욕 위너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재즈 싱어>의 “당신은 아직도 소식을 못 들었군.(You ain’t heard nothin’ yet)”알란 크로슬랜드(Alan Crosland)감독의 <재즈 싱어>에서 부분적이지만 배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최초의 발성 영화(Talking Picture), 즉 토키(Talkie)장편 영화, 시각에 의존하던 영화 예술에 소리를 입힌 첫 영화인 셈.
- 한국 최초의 영화: 김도산 감독의 무성영화 <의리적 구투>. 영화계는 이 작품이 처음으로 상영된 1919년 10월 27일을 영화의 날로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